2021 회고 (겸 개발자 취준 후기)

캥거루 2022. 1. 2. 03:22

2021년의 끝이 30분 남았다.
평소에 글을 쓰는 걸 좋아한다고 했지만, 퍼블릭하게 적는 글은 왜인지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여러 번 퇴고를 하는 습관 때문에 확 부담부터 되는 것 같다.

하지만 각설하고, 이번 글은 퇴고를 거의 하지 않겠다 (!)라고 다짐하고 글을 써봅니다.
(나중에 보니 그 다짐은 없었던 걸로)

2021년 한 해에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사실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게, 올해 취업을 했기 때문이다.
인생의 대소사 몇 가지가 있다고 봤을 때, 그중 으른(?)이 되는 관문 중에 취업 (혹은 창업이든...)이 있기 때문에, 첫 직장은 모두에게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정말 감사하게도 대학입시 때처럼 내가 가고 싶었던 기업 중 하나를 붙었기 때문에, 올해는 스트레스에 집중하기보단 감사하면서 살아야지...라는 마음이 많이 생겼다.

크게 월 단위로 나눠서 서술하려고 한다.

1월


네이버 부스트캠프 AI Tech 1기에 참여하게 되었다.
1기 후기는 따로 서술할 예정이었는데요 (머쓱) 아직 안 썼다. 쓰면 이 부분은 바꿀 예정.

하여튼 이전부터 AI에 관심은 있었는데 (사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 딱히 깊게 파본적은 없었다. 파이썬도 2020년이 들어서야 공부를 시작했고, 학석사 연계과정 수업으로 음성 쪽 머신러닝 수업을 들으면서 기초적인 ML DL 이론들은 봤었는데, 코딩을 제대로 해본 적은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어느정도는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때문에, 마지막 학기 (2020-2) 취업에 다 떨어지고 나면 플랜 B로 생각해놨던 곳이었는데 다행히 붙게 되었다. 나중에 돌이켜보면 참 묘한 인연이다 싶은 곳이다.

감사합니다!


AI를 잘 아는 건 아니었지만, 예전에 관심 있던 대상에 대해 공부도 해보고 취업 준비도 해볼 겸 넙죽 들어가게 되었다. 그 뒤로 AI를 진지하게 할 줄은 몰랐지만...

2월


부스트캠프 초반은 강의 주간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시간적으로 여유도 있었고 (는 공부를 제대로 안 한 탓일까...) 이전에 학교에서 신청자를 받았던 해커톤에 나가게 되었다.

결과는 최우수상! [자세한 후기는 여기에서]

사실 최우수상을 받긴 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기술적으로는 많이 모자란 프로젝트였다.
우선, 백엔드 쪽이 구성은 되긴 했지만, 그땐 내가 웹 쪽에 대해 많이 무지해서 연결까지 작업을 못한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해커톤 특성상 평가가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지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기획 의도나 UI 부분이 평가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프로그래밍을 통해 학교 밖에서 무언가를 처음으로 성취해본 것, 그리고 모르는 사람과 빠른 시간 내에 프로그래밍을 몰입해본 경험 자체는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이득은 '나도 하면 되는구나' 하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부스트캠프 얘기로 돌아오면, 캠프 내 일과가 너무 자유로운 나머지(?) 생활 패턴이 잘 안 잡혔다.
물론 10시까지 출석을 찍긴 해야 했어서, 10시 전에 일어나긴 했는데 그 이후에는 오후 팀 모임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제약사항이 없었다. 좋다면 좋고 안 좋다면 안 좋고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느낌


그래서 약간의 위기의식을 느껴 한 2월 말쯤부터 부스트캠프 내에 알고리즘 스터디를 들어가서 아침 9시에 기상해서 알고리즘을 풀었다. 어차피 코딩테스트 때문에 알고리즘을 풀어야 하기 때문이었는데, 이 스터디가 미래에 팀으로 계속 지속될 줄은 몰랐다...

또한 나에게 큰 사건이 하나 있었다면, 그것은 졸업이다!
백수로 졸업한다는 게 좀 걸림돌이긴 했지만 ("요즘 뭐해?" - "취준 중이야" - "아..."로 이어지는 대화 패턴을 마주할 수 있다.) 절벽에 몰아넣으면 더 열심히 하겠지, 라는 마인드로 유예 없이 졸업을 해버렸다.

백수... 랄까요

3월


본격적으로 ai라는 것이 무엇인지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이론에 대해서 공부했지만, 학습 파이프라인 전체에 대해서는 까막눈이었다. 결국엔 모델이 어떻든 간에 데이터를 전처리해서 그걸 모델에 올리고 튜닝하고, 추론까지 해보는 과정을 다 이해해야 AI로 지지고 볶고 하는 것인데, 그걸 아예 모르는 상태이니 막막하기만 했다.

그러다가 롯데정보통신 비전 ai 대회에 참여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파이프라인에 대해 딥하게 고민해보게 되었다. (대회 사이트를 찾아보려고 했는데 지금은 없어진 건지 못 찾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어렵지 않은 태스크 (이미지 분류)인데, 그때는 이미지 분류에서 핫한 모델이 무엇인지, 그리고 일단 데이터를 모델에 어떻게 올리는 지도 잘 몰라서 헤맸었다. 그리고 코랩 프로를 질러서 쓰면 됐는데, 괜히 로컬에 그래픽카드 (rtx 3070) 있다고 그걸로 학습시키다 보니 짧은 기간 (2주) 안에 결과를 내보고 평가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미지 분류도 알고보면 어려울지도...?


결과적으로 몇 등인지 기억은 안 나는데 딱히 높은 등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 호되게 당한 덕분에 부캠 P-STAGE 첫 대회를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첫 대회 주제가 이미지 분류였기 때문이다. 한 2XX명의 캠퍼 중 2X 등 정도 한 것으로 기억한다.

한창 상반기 시즌 시작이라 서류도 넣고, 코딩 테스트도 간간이 보고 하는 등 취준 활동을 병행했다.
알고리즘 스터디 팀원들끼리 서로 삼성전자 서류 피드백도 봐주는 등, 같이 으쌰 으쌰 하는 느낌이라 멘탈적으로 덜 흔들릴 수 있었다.

코딩테스트 준비는 매일 9시에 일어나서 1시간 정도 풀고 서로 30분~1시간 정도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해설하는 연습을 했었는데, 이게 도움이 많이 됐다. 중요한 건 1. 매일 푸는 것 2. 실전 연습을 매주 하는 것 (코테를 참여하든, 따로 만들어서 연습하든)이라고 생각한다.

골드나 실버 상위 문제 위주로 풀었더니 레이팅이 많이 올라갔다. (solved.ac)

4 ~ 6 월


이때는 자세하게 쓰면 결국 부스트캠프 후기가 될 것 같아서 따로 정리하도록 하겠다.

취준과 대회에 몰입하느라 딱히 쉬는 날 없이 계속 컴퓨터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면접 있으면 면접 보러 가고, 주말에 코딩테스트가 있으면 코테를 보고, 평소엔 공부하고 CS 스터디하고, 부스트캠프 자체 대회 (a.k.a P-STAGE) 참여하고, 사이드 프로젝트도 계속 진행했다. 코로나 때문이기도 했지만 딱히 약속 잡아서 누구를 만난 적도 거의 없었다. 줌에서 만나는 알고리즘 스터디원들 빼고... (이 팀원들이 계속 이후 부스트캠프 대회 & 사이드 프로젝트 팀원들이 된다. 다행히 다들 취업도 잘 풀리고 잘 지내서 지금도 자주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취업에 관해서는 중간중간 코테도 보고 중소기업, 대기업, SI, 게임회사 등에 무지성으로 지원해서 면접도 보고 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엔 면접 경험이 너무 없다 보니 굉장히 떨기도 했고 기업에 무슨 어필을 해야 먹히는지도 전혀 모르고 있던 상태였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번번이 1차 면접부터 실패를 맛봤다.

그러다가 네이버 상반기 공채 1차 면접에 합격하게 된다. (??)

엥?


이세계물... 이 아니라 진짜로 붙어버리니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다. 내가 공부를 허투루 하진 않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부스트캠프 이후에 특별한 일정이 없어서 싸피를 넣어놨었는데, 이 덕에 싸피 면접에 자신있게 임할 수 있었다. 면접관님 광대가 승천하는거 보니 붙겠다 싶었다.

그리고 싸피 서울반 합격.


부스트캠프 일정은 6월 말까지, 싸피 일정은 7월 초부터였고, 딱히 이때까지 취업한 기업도 없었기 때문에 그대로 싸피에 입과 하게 된다.

7월


싸피를 시작했는데, 첫 2주 정도는 본 프로그램이 아닌 아이스 브레이킹이나 오리엔테이션 같은 시간을 갖는다. 그래서 원래는 여유가 있는데, 당시 부스트캠프 연계 채용 전형이 있었고 LG CNS 도 당시에 지원해 놓은 상태여서 조금 바쁘게 보냈다. 부스트캠프 연계 전형으로 네이버 인턴과 카카오를 지원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눈앞에 네이버 공채 최종 면접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에 집중했다.

그리고 네이버 최종 탈락

개같이 멸망


막상 (1차, 2차 면접이 있는 전형에서) 최종면접까지 가본 것도 처음이라 기대를 안 했다고 하면 거짓말인데, 막상 떨어지면 슬픈 게 또 사람 마음이더라. 지금 돌이켜보면 기술적으로 깊게 고민한 부분에 대해서 어필이 덜 됐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카카오 코딩테스트와 LG CNS 필기전형에는 합격해서, 그 두 개에 집중하게 된다.
다행히 카카오는 원격 인터뷰도 합격을 했고, 1차 면접까지 보게 된다.

8월


구글 머신러닝 부트캠프 2기 합격.

부스트캠프 했던 기억을 더듬어 넣었는데, 운이 좋게 됐다. 이것도 따로 후기를 쓸 생각이라 자세한 내용은 적지 않겠다.


이 캠프에서는 첫 8주 동안 코세라 강의를 지원해주는데, 이 강의를 들으면 앤드류 선생님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 마법에 걸리게 된다.

앤드류 응 선생님 '덕분에'


그리고 카카오 1차 면접 합격.
면접 볼 때 정말 많은 걸 물어보셨고, 기술적으로 딥한 부분까지 깊게 파셔서 곤혹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모른다고 답을 못한 것도 있었고, 면접 시간이 안내받은 것보다 훨씬 빨리 끝나서 떨어진 줄 알았다. 이래서 면까몰이라 하나보다.

현 직장이 없습니다만



어쩌다 보니 LG CNS도 1차를 거쳐, 2차 면접을 보게 됐다. 모두 화상면접이었는데, 갑자기 스카이프 연결이 계속 먹통이 되어 전화통화로 면접을 본 신비한 스토리가 있다... 하지만 계속 얘기를 나누다 보니 붙을 거라고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LG CNS를 합격하게 된다.

내가 취뽀를...


결국 취뽀를 해서 싸피를 나오게 되면서, 동시에 카카오 2차 면접도 보게 된다.
신기하게도 면접을 보며 나에 대해서 궁금한 게 많으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고, 1차랑 다르게 나름 재밌었다. 솔직히 이렇게 하하호호했던 면접이 있을까 싶을 정도...
그렇게 카카오 합격을 하고, LG 그룹 연수 중 퇴사를 하게 된다.

안녕


9월


그렇게 취준이 끝난 것 같았지만, 사실은 끝난 게 아니다. 왜냐하면 경력이 1년 미만이라 3개월 검증형 계약직 신분이었기 때문. (예전엔 뉴인턴이라는 명칭으로 불렸다고 한다.) 아직 정규직이 되기 위한 최종 관문이 하나 더 남아있는 셈이었다.

어쨌든 하고 있던 구글 부트캠프는 강의 미션을 거의 다 끝내가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아까워서 계속했다.

입사 전 제주도에 혼자 여행을 다녀왔다. 당일 새벽에 티켓을 끊고 오전 비행기를 타고 날아갔다. 거의 먹으러 제주도를 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맛있어 보이는 건 다 주워 먹었다.(?)

하지만 음식 사진은 참겠습니다

그 이후

  1. 3개월 동안 사내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전환 면접 후 합격을 통보받았다. 개발이 다 그렇지만 내가 만든걸 누군가 쓴다는 생각에 부담 & 책임감을 많이 느끼면서 개발을 하고 있다.
  2. 취업 기념으로 주변에 음식을 뿌리고 다니고 있다.
  3. 이제는 잠깐 손 놨던 취미도 챙기려고 기타 학원에도 다니고 있고, 다음 주에는 기타를 사러 간다. (뮤직포스 만세)
  4. 구글 부트캠프 수료를 했다.
    • 수료 조건 중 하나인 텐서플로 자격증도 땄다.
    • 캐글 참여도 수료 조건에 있는데, 덕분에 생각만 하던 캐글 컴피티션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 현재 대회를 개인적으로 2개 참여하고 있는데, 여간 만만하지가 않다. 대회 마감이 임박하니 등수가 매일매일 쭉쭉 내려가는 게 눈에 보인다. (네이버 부캠 시절 대회 ptsd 있음)

그래서 올해는 어떨까?

나도 일단 모르겠다.
작년 한 해에도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실력 향상이 있었는데... 올해는 얼마나 성장해버릴지... (농담입니다)

괴라는 나물


우선 캐글 대회는 계속 참여할 생각이다. 현재는 비전 분야만 하고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다른 대회도 참여하고 싶다. 캐글 마스터를 향해...

부스트캠프 ai 1기 후기나 구글 머신러닝 부트캠프 2기 후기를 써야겠죠?

마무리는 구글 옷으로



글을 쓰고 보니 글보다 짤방이 많은 건 기분 탓일까
다음엔 개발 관련 글을 쓸 수 있도록 하자.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우수상] 2021 SW중심대학 공동해커톤 참가 후기  (3) 2021.02.10